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언론 보도> 글 몰라 힘들었지? 발달장애아에 그림표지판 선물
정광윤 2018-03-28 오전 9:19:00
sanbby@kase.or.kr 511

입력 : 2018.03.28 03:03

성남= 조선일보 손호영 기자 

엔씨소프트재단, 특수학교에 기부
장애 학생들 글자 읽어도 뜻 몰라 가고싶은 교실 못찾아 불편 겪어
이젠 선생님 없이 혼자서도 찾아

발달 장애아 중에는 글자를 읽을 수 있지만 단어 뜻을 금방 알아채지 못하는 아이가 많다.

이 아이들이 생활하는 특수학교의 시설 안내판은 대부분 문자로 돼 있다. 스스로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기 어렵다. 한 기업의 재능 기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은학교. 발달 장애 학생 200여 명이 다니는 곳이다. 오후 1시 50분 특별활동 수업 시작 종이 울리자 고등학교 2학년 아이 5명이 2층 복도를 달려왔다.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기자 손을 잡고 "컴퓨터"라며 교실 입구에 설치된 표지판을 가리켰다.
 
경기도 성남의 특수학교 성은학교에 설치돼 있던 한글 표지판(위쪽). 발달장애인들이 그 의미를 금방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한 달 전 이 학교는 장애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 표지판을 설치했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개발해 기부한 것이다. /손호영 기자


모니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아이 모습과 와이파이(WiFi)를 나타내는 부채꼴 모양 그림이 있었다. 한 교사는 "표지판이 설치되고 나서 선생님이 알려주기도 전에 학생들이 먼저 '여기가 가사실이에요' 한다"며 웃었다.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동안 학생들은 운동실·제과제빵실·음악실 등으로 이동해도 안에 들어가기 전에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몰랐다. 문자로 된 표지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림으로 된 표지판을 보고 스스로 무얼 하러 가는지 안다. 특수교사 이영옥씨는 "이전에는 아이들이 교사 손에 이끌려 가는 수동적 존재였지만 '지금은 특별실로 가자'고 하면 스스로 찾아가기도 한다"고 했다.

이 학교에 그림 표지판이 설치된 건 한 달 전이다.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 산하 엔씨문화재단이 개발해 무료 제공했다. 엔씨문화재단은 2011년부터 발달 장애인들을 위한 '상징 그림'을 개발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간단한 단어나 문장을 나타내는 그림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활용해 특수학교에 도움을 주는 '재능 기부'를 하기로 했다. 발달 장애 자녀를 둔 직원이 초기 개발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엔씨소프트 디자인팀은 국립특수교육원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여름부터 6개월 동안 글자를 모르는 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실 상징 그림을 만들었다. 발달 장애인들이 고민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개발하기 위해 수차례 수정을 거쳤다. 올해 초 제작을 끝내 경기도 성은학교를 포함해 강원 원주 청원학교, 경남 혜림학교, 함평 영화학교 등 특수학교 4곳과 일반 학교 통합 학급 1곳에 1차로 표지판을 설치했다.

현재 전 국 특수학교 대부분과 일반 학교 특수 학급에는 문자로만 된 시설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비장애인들의 기준에 따른 것이라 글자를 이해하기 어려운 발달 장애인들에겐 무용지물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특수학교 중에서는 표지판을 한자로 표기해 전혀 알아볼 수 없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며 "개발된 상징 그림들을 다른 학교에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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